학습 가이드·학습 방법8분 읽기

단어만 외우기 vs 예문으로 외우기 — 무엇이 남는가

뜻은 아는데 막상 쓰지 못하는 단어가 쌓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낱개 암기와 예문 암기가 각각 머릿속에 무엇을 남기는지 인출 단서와 연어 개념으로 비교했습니다.

같은 단어, 두 가지 방식

postpone이라는 단어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익힌다고 해 봅시다. 하나는 "postpone = 연기하다"라고 적고 외우는 방식. 다른 하나는 "We postponed the meeting until Friday. 회의를 금요일로 연기했습니다"라는 문장째로 외우는 방식.

들이는 시간은 두 번째가 두세 배입니다. 그래서 단어 수를 빨리 늘리고 싶은 사람은 대개 첫 번째를 택합니다.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죠.

문제는 3주 뒤입니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 남은 것이 양이 아니라 종류에서 다릅니다.

첫 번째 사람은 postpone을 보면 "연기하다"가 떠오릅니다. 두 번째 사람은 회의를 미뤄야 하는 상황에서 postpone이 떠오릅니다. 방향이 반대입니다. 그리고 말하기와 쓰기에서 필요한 것은 뒤쪽 방향입니다.

재인은 되는데 인출이 안 됩니다

단어를 뜻과 짝지어 외우면 "영어 → 한국어" 방향의 연결이 만들어집니다. 이 연결은 읽기에 잘 작동합니다. 지문에서 postpone을 만나면 뜻이 떠오르니까요. 이것을 재인(recognition)이라고 합니다. 말할 때 필요한 것은 정반대입니다. 머릿속에 "미뤄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있고 거기서 영어 단어를 꺼내야 합니다. 이것이 인출(recall)이고, 한 방향으로만 연습한 연결은 반대 방향으로 잘 열리지 않습니다.

"아는 단어는 많은데 말이 안 나온다"는 상태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단어를 덜 외워서가 아니라, 외운 방향과 쓰는 방향이 달라서 생기는 일입니다.

인출 단서가 하나뿐인 기억은 약합니다

기억은 단서를 통해 꺼내집니다. 문이 여러 개인 방일수록 들어가기 쉬운 것과 같습니다. "postpone = 연기하다"만 외운 단어는 문이 하나뿐입니다. 한국어 "연기하다"를 떠올렸을 때만 열립니다.

예문과 함께 외우면 문이 여럿 생깁니다. 회의라는 상황, until이라는 짝꿍 전치사, 문장의 리듬, 그때 떠올린 장면까지 전부 단서가 됩니다. 실제 대화에서는 "연기하다"라는 한국어보다 일정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 먼저 오기 때문에, 상황 단서 쪽이 훨씬 쓸모 있습니다.

예문 암기가 시간이 더 들면서도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이유가 이것입니다. 들인 시간이 아니라 붙은 단서의 개수가 다릅니다.

뜻은 맞는데 문장이 틀리는 자리 — 그리고 그 반대의 함정

낱개 암기의 두 번째 구멍은 짝꿍 단어입니다. 영어에는 함께 붙어 다니는 조합이 관습적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이것을 연어(collocation)라고 합니다.

"결정하다"는 make a decision이지 do a decision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다"는 take a picture이지 make a picture가 아니고, "비가 많이 온다"는 heavy rain이지 many rain이 아니며, "실수를 하다"는 make a mistake이지 do a mistake가 아닙니다. 개별 단어의 뜻만으로는 어느 쪽이 맞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규칙이 없으니까요. 그냥 관습이고, 관습은 덩어리째 만나야 익혀집니다. 예문이 하는 일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그렇다고 반대 극단으로 가면 또 막힙니다. "단어는 무조건 문장으로"라는 조언을 곧이곧대로 따르면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문장 하나를 통째로 외우는 데 드는 시간은 단어 하나의 두세 배인데, 정작 그 문장을 그대로 쓸 일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이미 개념이 명확한 구체 명사는 낱개로 충분합니다. refrigerator, elbow, stapler에 예문을 붙이는 것은 낭비에 가깝습니다. 사물의 이름은 그림 한 장이면 끝나니까요.

시험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어휘를 재인 수준까지만 올려야 하는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이 읽고 알아보는 것이라면 그 방향으로만 연습해도 됩니다. 방법에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방향이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나눕니다

기준은 하나면 됩니다. 그 단어를 내가 말할 일이 있는가.

말할 일이 있으면 예문으로, 알아보기만 하면 되면 낱개로 갑니다. 하루 다섯 단어라면 두세 개만 예문으로 처리해도 충분합니다.

예문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열 단어를 넘기지 마세요. 그리고 남의 예문보다 내 상황으로 바꾼 문장이 훨씬 오래 갑니다. "We postponed the meeting until Friday"보다 "I postponed my dentist appointment until next week"가 내 이야기라면 그쪽을 쓰세요.

복습은 예문에서 그 단어만 지워 빈칸으로 만드는 방식이 좋습니다. "We ______ the meeting until Friday." 빈칸을 채우는 순간이 곧 인출 연습이고, 뜻과 용법이 함께 딸려 나옵니다. 뜻만 가리고 보는 복습으로는 이 효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 방법, 직접 써보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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